지난여름에는 장마가 끝나고도 연일 계속되는 비와 천둥번개로 아열대기후에서나 나타나는 우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금 백로(白露)가 지나고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데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은 보이지 않고 9월 10일부터 시작되어 11일, 12일 오늘까지 초가을에 때 아닌 황사가 세상천지를 온통 뿌옇게 뒤덮고 있다. 기상이변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예측불허의 일들이다. 얼마 전의 월식에 이어 이처럼 하늘이 이상 징후를 보이는 것은 이 땅에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미리 예고하고 경고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에 지혜로운 이가 있다면 미리 경계하고 대비하며 민의(民意)를 살펴 거스르지 않도록 하고 국정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 또한 올바른 분별력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나라를 이끌만한 지도력이 있고 덕망이 있으며, 지혜롭고 힘이 있는 정치인을 나라의 통치자로 뽑으라는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늘에 나타나는 천문현상과 기후의 이상 징후를 살피면 인간사를 미리 앞서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예부터 나라에서는 천문(天文)을 관할하는 관청까지 두어 이를 살피게 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지침으로 삼아 미리 경계하고 신중을 기하여 왔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서양의 분석철학이 만들어낸 과학이라는 미신(迷信)에 홀려 옛 선조들이 고도의 정신능력으로 이룩한 천문현상에 대한 각종 해석을 오히려 미신으로 치부하고 일식(日蝕)이나 월식(月蝕), 혜성출현 등 특이한 천문현상이 나타나면 우주쇼가 펼쳐진다며 즐거워만하고 경계하는 이는 없다. 하늘은 세상에 큰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 천문현상으로 예고하여 대비하고 경계할 기회를 주지만 천문(天文)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文盲)들뿐이니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