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은 곡기(穀氣)를 끊고 물 이외의 어떠한 음식도 섭취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단식을 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단식과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하기 위해 사생결단을 낼 각오로 죽음을 불사(不辭)하고 단식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의 경우는 수행자들이 정신력을 고양하거나 일반인들이 건강차원에서 일정기간 동안 행하는 것이다. 단식을 통해 내부 장기를 완전히 비워주게 되면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단식하기 이전보다 한층 더 활력이 생기고 피부도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이러한 단식을 하면 정신력이 고양되고 활력이 솟아나는 것은 아니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은 단식을 해서는 안 된다. 건강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어 오히려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일부의 사람들은 중병에 걸렸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을 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질병을 이기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질병이 더 악화되도록 하여 죽음에 이르기 위해 자살을 택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일반적인 식사와 운동이 좀더 생명을 연장시키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상태가 양호한 일반인들도 정신력 함양과 건강을 목적으로 단식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주의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단식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단식을 시작하여 곡기를 끊은 기간과 단식을 마치고 서서히 음식을 먹어가며 체력이 회복되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다음의 사항들을 유념하고 지켜야 단식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먼저 단식기간에는 크게 체력이 소모되지 않는 선에서 산책과 같은 적당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체력이 점차적으로 떨어지고 정신까지 침체되면서 오히려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우울증에 가까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반드시 적당한 운동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체력이 과도하게 소모되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자칫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다음으로 체력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단식기간의 성관계는 목숨을 담보로 쾌락을 즐기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다. 회복기까지 마친 다음 체력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 까지는 성관계를 금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을 목적으로 한다면 너무 오랜 기간동안 단식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속을 완전히 비울 수 있는 정도의 기간동안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략 5~7일 정도가 적당하고 좀 길게 한다면 2주 정도까지도 가능하다. 건강차원의 목적으로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곡기를 끊으면 몸이 오히려 노화되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단식기간을 적당히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 단식을 마치고 회복기에는 죽이나 미음 같은 부드러운 음식으로 조금씩 먹어가며 기간을 두고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갑자기 과식을 하면 이 또한 단식을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不辭)하고 단식에 들어가는 두 번째의 경우가 있다. 이는 아예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음식은 물론 물도 먹지 않고 벌이는 단식이다. 결사항전의 의미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충성스런 신하나 백성이 군주가 올바른 길을 가지 않을 때 목숨을 걸고 이를 바로잡고자 이러한 단식을 했다. 나라의 녹을 먹는 신하로서 군주를 올바르게 보필하지 못했으니 먹을 자격도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 비견(比肩)한 예가 모 방송의 사극 연개소문에 등장한 강이식 장군이다. 고구려의 영류왕이 당나라에 굴욕적인 외교를 하자 이를 바로잡고자 목숨을 걸고 곡기를 끊은 채 단식을 하다 죽음을 맞이했다. 애초부터 자신의 뜻이 달성되지 않으면 끝까지 먹지않고 죽음으로 이에 항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정치적인 의미의 단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흉내를 곧잘 내는 것이 현대사회 한국의 정치인들이다. YS, DJ, GT, JB 등등. 그러나 이들이 뜻하던 목적을 이룬 경우는 전무함에도 끝까지 단식하여 죽음으로 이에 항의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고작해야 단식을 끝낸 후 링겔 꽂고 병원에 실려가는 쇼를 방송에 내보내거나 체중 몇 kg 빠졌다고 언론에 떠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도 한미FTA를 반대하며 단식을 벌이던 모 의원이 25일 만에 단식을 끝내고 10kg가량 체중이 줄었으며 바로 입원하여 회복기를 가질 것이라는 기사가 언론에 실린 적이 있다. 정치인이 아닌 일반국민 중에서는 한미FTA타결에 분개하여 분신으로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보인 이가 있는 것에 비하면 비교할 가치도 없는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3년에도 WTO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WTO 각료회의에서 한국 농산물시장 개방협상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다 한국농민의 확고한 항의의 뜻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할복자살한 이도 있었다. 정치인이 아닌 일반 국민은 이러한데 국민을 대표하여 나라를 운영한다는 정치인이라는 자들이 단식한다고 해놓고 자신의 뜻이 관철되든 말든 배고프고 참기 어려우면 그만두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무슨 단식이라고 쇼를 벌이는 것인지 국민 앞에 부끄럽지도 않단 말인가. 무슨 할말이 있을까? 이런 얕은 술수로 국민들로부터 동정이나 받고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인들로 인해 국민들에게 정치인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주고 오히려 천박한 모습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단식은 단지 자신들의 건강관리 차원에서 단식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가끔씩 불거지는 정치논쟁꺼리를 핑계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 단식을 벌이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역대에 단식을 벌였던 정치인들 치고 그 연로(年老)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반질반질하고 정정하지 않은 정치인이 없다. 그 비결이 바로 단식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후대의 정치인들이 그런 몹쓸 정치적인 건강비결이나 전수받고 무슨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대한민국이 미래가 암담할 뿐이다.
한마디로 한국 정치인들이 벌이는 단식은 표나 챙기고 인기를 높이기 위해 벌이는 쇼에 불과한 것이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국민을 위한 자신의 뜻을 끝까지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단식을 벌이기로 마음먹었으면 사생결단을 낼 각오로 죽음도 불사해야 옳을 것이다. 어설프고 시원찮은 건강다이어트용 단식을 벌일 바에야 아예 단식한다는 말조차도 꺼내지 말고 집구석에 쳐박혀 조용히 굶으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단식하면서 언론에 떠벌리며 국민을 기만하고 조롱하지 말라는 것이다.
근대사로부터 지금까지 역대에 단식한 정치인치고 올바른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이들이 지금은 거물급 정치인이 되어 나라를 휘젓고 후배 정치인들까지도 이들을 본 받고 있으니, 어찌 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겠는가. 제대로 올바르게 나아가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단식,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원하는 목적에 따라 구분하여 올바른 방법대로 제대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건강을 챙기든, 정치적인 목적달성을 위해 사생결단을 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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