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에서 차기 대선후보들의 행정수도에 대한 의견이 방송되었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행정수도를 끝까지 밀고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고, 한 후보만이 약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을뿐, 전체적인 의견은 행정수도를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행정수도에 대해 찬반의 의견이 분분할 때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나타냈던 이들은 물론 공직에 재직하고 있을 당시에는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고 했던 이까지도 차기 대선후보로 국민앞에 나오자 모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것을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수도는 발상의 시작부터가 국가의 발전이나 미래와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정치적인 목적으로 착안된 사업이다. 그 여파로 인해 현정권이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부작용과 진통을 겪어야 했는가. 해당지역의 주민들만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졸부가 됐을 뿐이다. 그 이외 지역들은 전국각지의 시골 구석구석까지 팔리지도 않는 땅이 공시지가만 치솟아 각종 세금과 공과금 상승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댓가를 국민들이 톡톡히 치르고 있다. 또한 그 이전비용도 처음에 현 정권과 여당이 내세웠던 비용과는 다르게 터무니 없이 늘어가고 있어 이것이 국가의 재정적자를 부추겨 국가경제만 좀먹고 있는 지경이다. 즉 행정수도이전이라는 정치적인 졸속한 발상으로 시작된 대형국책사업은 점차 진행되면 될수록 생산성도 없이 국민들의 어마어마한 혈세만 삼키며 앞으로 얼마를 더 먹어치울지 추측하기 어려운 돈먹는 하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정권을 지나오는 동안 이미 이러한 행정수도이전의 부당성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충분히 인식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다수 국민들의 표심이 행정수도에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당선에만 눈이 멀어 반대했던 이들까지도 자신의 말을 번복하며 행정수도에 집착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이들 중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투철한 국가관이나 사명감도 없이 막연한 일부의 표심이 두려워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할 용기도 자신의 정책에 대한 소신도 없는 자들 중에서 이 나라 최고의 지도자가 나온다는 것은 이 땅의 비극이다. 이런 자들이 지도자가 되어서야 어찌 이 나라의 미래를 밝히고 세계 속에서 다시 우뚝 설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 이 나라가 얼마나 더 어둠의 길을 걸어야 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