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본 전 총리가 7월 1일 6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하시모토는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주변국 반응을 고려해 신사 참배를 중단한지 10년만인 1996년 총리의 신사 참배를 전격 재개한 인물이며, 우리나라에는 각골난망(刻骨難忘)할 선물을 안겨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1997년 YS정권 말기에 한참 경제위기설이 나돌 때 미국은 한국에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하지만 당시의 외환보유고가 많지는 않았어도 그 상태만 유지하면 IMF의 구제금융까지는 받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YS정부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바로 일본은 우리나라에 70억불의 외채상환을 요구했다. 그때까지 만기가 돌아와 갚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자만 지불하면 통상적으로 상환기간을 연장해줬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에 외채를 갚고나니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일본은 구제금융을 받기 전에 돌려받은 외채를 DJ정권에서 높은 이자로 다시 빌려줘가며 미국과 함께 돈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당시의 총리가 바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이다.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에 IMF를 선물하여 이 나라의 국민들이 피눈물을 쏟게 만든 이후 10년도 살지 못하고 일본인 남자의 평균 수명인 78세를 한참 멀리한 채, 무슨 병 때문인지 뱃속이 난도질되어 한달여 만에 오늘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를 떠올려보면 우리나라의 주변에 진정한 우방국이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미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모두 우리가 내밀던 구원의 손길을 거부하고 IMF로 등을 떠밀었던 나라들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길은 스스로가 단결하여 부국강병의 나라로 만드는 길 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나라전체가 사분오열로 쪼개져 국익에 대한 개념은 국민의 가슴 속에서 사라지고 국가보다는 특정집단의 특정이념과 이권, 개개인 각자의 이익에만 급급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권력잡은 정치인들은 국민의 삶이야 어찌됐건 자신들이 꿈꿔온 이념실현을 위해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으며, 각종 노동단체들은 국가경제가 어찌되든 회사가 망하든 말든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계절과 해를 거르지 않고 파업과 시위판을 벌이고 있다. 국가가 없이 국민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기업이 망하고 노동자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파업과 시위판을 벌이는 것인가! 그런 이들을 과연 이 나라의 국민이라고 여길 수 있겠는가! 그들의 가슴속에 국가에 대한 생각이 있기나 한 것인지 탄식만 나올 뿐이다.
IMF를 맞은지 9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우리경제는 IMF당시의 암울하고 침체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IMF의 구제금융에서는 벗어났지만 실업자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경제는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경제는 진딧물과 그 배설물을 빨아먹는 개미와의 관계처럼 아직까지도 미국과 일본에 상당히 종속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지 구제금융에서만 벗어난 안일함에 빠져 거시적인 국가경제는 외면하고 각자가 자신의 이익만 외친다면 이들의 그늘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지금의 고통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는 정부와 국민이 다같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라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영영 나락의 길로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할 것같아 걱정스럽다. IMF 당시 쓰러진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장농 깊숙한 곳에 숨겨 놓은 금붙이까지 내놓던 온 국민의 절박한 심정으로 돌아가 모든 국민이 단결하여 다시 대한민국의 희망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