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 서기국장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온 나라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북한의 정치체제를 고려해볼 때 안경호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발언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의지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 5월의 지방선거 중에도 북한은 야당에는 맹비난을 퍼붓고 여당에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며 노골적으로 편들기를 해왔다.
정권이 바뀌면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질질 끌려 다니며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떼를 쓰면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던 노리개처럼 느껴지는 정권이 사라질테니 아쉬워할 만도 하다. 그러나 지금 남과 북은 엄연히 다른 체제를 유지하며 각각의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북한은 일인 독제체제이지만 남한은 국민의 뜻에 따라 정권이 창출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다. 북한이 남한의 정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제파악을 못하고 내정간섭을 일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남한이 북한의 요구대로 별다른 말 안하고 대부분 다 들어주고 스스로 알아서도 챙겨주니 북한의 착각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하다. 북한이 아쉽지 않게 정권이 바뀌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하면 남한의 정권이 안 바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남한의 정치는 오로지 남한 국민의 뜻에 달려 있을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1994년 3월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위협과 협박의 메세지도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발언을 일삼은 조평동의 안경호 서기국장이 6월 14일부터 남한의 광주에서 열리는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6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의 북측 민간대표단의 단장 자격으로 남한으로 입국하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리 남과 북의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고는 하지만 내정간섭까지 일삼으며 정치 개입성 발언을 일삼는 자를 아무리 조치도 없이 입국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경호의 발언은 단순히 현 정권과 여당 편들기 차원이 아닌 대한민국의 내정을 간섭한 것이고 남한의 체제를 위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에게 아무런 조치도 없이 입국을 허용한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현 정권이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열린당을 대표하고 있는 수뇌부로밖에는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각종 남북회담을 통해 상호 내정간섭을 하지 않기로 하고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 존중하기로 했던 것과 남과 북간에 오고간 회담들이 대한민국과 북한의 대화가 아니라 단순히 북한과 DJ정권, 북한과 노무현 정권간의 개인적인 대화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며, 또 한편으로 북한의 위협적인 발언에도 대꾸조차 제대로 못하는 어리석고 무능한 정권으로 비쳐질 것이다.
안경호의 입국은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현 정권이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변하는 정권이라면...
지금까지 남한은 북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별다른 조건도 없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별다른 진전도 이루지 못하면서 단순히 지금까지 있어왔던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눈요기의 댓가로 말이다. 그러나 북한의 자세와 태도는 전혀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의 대북정책도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시기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