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북한은 25일로 예정된 경의선․동해선 남북철도 시험운행을 ‘군사보장 조치문제’와 ‘남측정세’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23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이미 북측의 시험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고 이미 충분히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기 때문에 남북철도의 시험운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순하게는 이번 일도 지금까지 북한이 남북간의 합의사안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고 나와 무산시켜왔던 것처럼 마찬가지의 경우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전의 전례들과 이번 시험운행의 취소는 북한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남북철도 시험운행의 취소에는 군부의 반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전에 무산됐던 남북간의 합의사안들도 대부분 군부의 반대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전례들이 의미하는 바는 북한이 겉으로는 김일성의 뒤를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든 권력을 쥔 채 1인 독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의 권력구조가 남북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온건파와 사회주의 노선의 붕괴를 우려하는 군부 강경파간의 대립구도이며, 이들 사이에서 김정일이 오락가락하며 북한의 체제를 가까스로 유지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즉 김일성의 사망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행정력은 장악했지만 군부까지는 완전하게 장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군부에 김정일이 넘지 못하는 권력의 실세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이러한 권력구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김정일의 사후나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반드시 북한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록 지금은 김정일의 존재아래 간신히 통합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북한 체제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김정일에게 신변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북한은 세력간의 분쟁이 발생할 충분한 소지를 안고 있다.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특히 군사력을 통제하고 있는 군부의 강경파가 기선을 잡으려 들 가능성이 큰데, 이들은 이때를 틈타 혼란을 수습하고 권력을 잡기위한 수단으로 남북간의 국지전을 선택할 수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모든 권력이 군부로 모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기회로 흔들려가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재정비하고 더 나아가 자신들의 머릿속에 세뇌된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남북간의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남측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목표가 산악지대인 동부전선보다는 수도와 첨단공업단지들까지 들어서 있어 공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서부전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미 북한의 방사포를 포함한 장사정포가 서울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북간의 국지전이 발생하게 되면 현재 파주를 비롯한 첨단공업단지는 초토화될 수밖에 없으며, 서울까지 공격을 당하여 남한은 행정이 마비되는 사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남북관계의 성과내기에만 급급하여 이러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의 진전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권력구조의 변화에 따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고 나아가서는 남북의 통일까지 이루어낼 수 있는 충분한 대비책을 강구하면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