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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평론

천년을 이어진 정선의 화두

현도학회 2006.03.23 13:51 조회 수 : 2492

강원도 정선에는 정선의 터에 관해서 예부터 전해오는 풍수(風水)적인 전설이 있다. 정선을 군소재지로 택할 때 봉양리(鳳陽里)의 지형이 제비집 같고, 동면에서 흘러 들어오는 조양강(朝陽江)이 뱀의 모양이어서 뱀이 제비새끼를 잡아먹으려는 형상이기 때문에 정선에서는 인재가 날 수 없는 자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뱀의 기운을 눌러 길지(吉地)로 바꾸기 위해 세 마리 거북을 조각하여 어천방면과 상동, 하동 강변에 묻고, 여덟마리 학을 조각하여 비봉산(飛鳳山)과 조양산(朝陽山)[비봉산의 앞산]에 묻었다는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풍수적인 전설로만 생각해왔을 뿐 숨겨진 뜻을 밝혀내고자 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단순히 전설인 것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선의 거북이와 학의 전설에 대한 화두(話頭)를 관음동의 자봉대(의상대)에서 수행하던 중 그 비밀의 실마리를 찾아 천년을 이어진 전설의 참뜻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정선에 전해오는 이 거북이와 학의 비보(裨補)에 관한 전설은 다름 아닌 관음동(觀音洞)에 절을 창건하고 자봉대(의상대)에서 수행하던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유포시킨 전설인 것으로 여겨진다. 관음동에서 유심히 비봉산(飛鳳山)과 그 앞산 그리고 터미널 근방의 민둥산과 그 좌우의 산을 바라보면 거북이와 학이 모두 그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선에 전해오던 전설은 돌로 조각된 작은 거북이와 학이 아니라, 풍수(風水)의 형기론(形氣論)적 관점으로 관음동에서 바라본 주변의 산의 형상이었던 것이다. 산의 형상은 보는 위치에 따라서 그 모양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이 형상을 볼 수가 없고 오직 관음사가 있었던 관음동과 자봉대(의상대)에서만이 이 학과 거북이를 볼 수가 있다.

이것을 의상대사가 후세의 사람이 자봉대(紫鳳臺)에서 수행을 하며 찾아보도록 하기 위해 전설로 남겨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었던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은 전설처럼 3마리의 거북과 8마리의 학이 아니라, 7마리의 거북과 3마리의 학 그리고 한 마리의 호랑이이라는 것이다. 7마리의 거북은 비봉산과 그 앞산에 있으며, 학은 터미널 근방의 민둥산과 그 좌우의 산에 3마리의 학의 형상이 자리하고 있고, 비봉산의 서쪽편에 1마리의 호랑이가 머리를 들고 엎드려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민둥산과 그 좌우의 산이 학의 등 형상으로 3마리의 학이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인데, 한 마리는 조양강을 향해 먹이를 막 쪼으려 하는 모습을 하고 있고, 또 한 마리는 먹이를 물고 삼키고 있는 모습이며, 나머지 한 마리는 먹이를 찾아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7마리의 거북의 형상은 한 마리는 조양강에 머리를 담그고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고, 또 한 마리는 머리를 들고 물을 마시기 위해 조양강으로 내려오는 모습인데, 이 둘은 비봉산의 관음동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중 한 마리 거북의 정수리에 자봉대가 위치하고 있다. 나머지 다섯 마리의 거북은 비봉산 맞은 편에 하늘을 향해 머리를 뽑아들고 있는 것, 내밀고 있는 것 움츠리고 있는 것 등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조양강은 원래는 뱀으로 전설에 내려왔으나, 지금은 뱀이라기 보다는 용이라고 불러야 한다. 겨울에는 백룡(白龍)으로 봄에는 청룡(靑龍)으로 여름에는 황룡(黃龍)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는 흑룡(黑龍)으로 변한다. 겨울에는 강바닥이 전부 얼고 눈이 와서 희게 보이고 얼음이 얼어있는 모습이 용의 비늘과 같다. 봄에는 산의 그림자가 들어 푸르게 보여 청룡이고, 여름에는 종종 홍수가 들어 흙탕물이 흘러 황룡으로 변한다. 그리고 가을에는 낙엽이 있을 때 는 황룡인데, 낙엽이 지고나면 흑룡으로 변한다.

또한 뱀의 형상을 한 조양강이 잡아먹으려 한다는 제비는 정선의 형상이 아니라, 자봉대(의상대)의 바위의 형상이 그 제비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제비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위에 작은 소나무가 한그루 자라고 있는데, 마치 공작의 머리에 벼슬이 자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이제는 제비가 봉황(鳳凰)으로 변한 모습이다. 이 봉황은 낮에는 보이지 않으며 해가 지고 어두워졌을 때만 볼 수 있고, 달이 뜨거나 밝으면 그 형상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봉황의 앞에는 용이나 어떠한 짐승이 해치지 못하도록 지네 한마리가 지키고 있는 형상이 있다. 또한 처음에 말한 한 마리의 호랑이는 비봉산의 서쪽편에서 거북이 강물을 따라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즉 해가 지고 어두워져 달이 뜨기 직전에 자봉대(의상대)에서 주변을 바라보면 거북이와 학의 대한 정선의 전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설에서 작은 거북이를 조각하여 강가에 묻었다고 한 것은 조양강에 물이 적당히 흐를 때 강물에 비치는 산의 형상을 두고 말한 것으로, 홍수가 나서 강이 범람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도 이 전설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자봉대(의상대)에서 수행하던 의상대사가 후인이 다시 자봉대(의상대)에서 수행하다 이 전설의 화두를 풀기를 기다리며 유포시켰던 것이라 여겨진다. 자봉대(의상대)에는 이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자봉동좌(紫鳳洞座)라는 문구가 암벽에 새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이 문구의 뜻이 “석양이 물들면 봉황이 내리는 아름다운 마을”을 뜻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문구를 문자 자체의 뜻이 아니라 좀더 형이상학적으로 풀어보면 자(紫)는 붉다는 뜻으로 태양을 의미하고 봉(鳳)은 봉황의 노란색으로 달을 의미하며, 동(洞)은 ‘고을 동’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통하다’ ‘환하게 알다’는 뜻으로 해석하게 되면 자봉동좌(紫鳳洞座)는 ‘밤낮으로 열심히 수행하여 통하는 자리’라는 뜻이 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자(紫)는 신선(神仙)을 의미하는 글자이며, 봉(鳳)은 성인(聖人)을 뜻하는 글자로 성인이 세상에 태어나면 봉황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자봉(紫鳳)은 신선(神仙)과 성인(聖人)의 경지를 뜻하는 것으로, 자봉동좌(紫鳳洞座)는 신선과 성인의 경지에 통하는 자리라는 뜻이 된다. 즉 두 가지 의미 모두 자봉대(의상대)가 수행을 하는 자리라는 것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윗쪽에는 무우단(舞雩壇)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옛날 가뭄이 들 때는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고 한다. 이 역시 자봉대가 하늘에 통하는 곳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紫鳳洞坐 麗光]


                                                        [舞雩壇]

다시 말해서, 정선에 전해오는 거북이와 학의 비보에 관한 전설과 자봉동좌를 함께 해석해보면, 의상대사는 자봉대(의상대)에서 훗날 누군가가 열심히 수행하다 전설의 의미를 깨닫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의상대사의 이 숨은 참뜻을 천년이 넘은 지금에야 다시 깨닫게 되었으니 그 감회가 깊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아쉬운 것은 2005년이 지나면서 오랜 기간의 풍화작용에 의해 자봉대 봉황의 부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머리의 벼슬에 해당하던 소나무도 크게 자라 봉황의 형상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또한 거북이 한 마리의 등에 해당하는 부분과 학 한 마리의 목에 해당하는 부분에 각각 철탑이 꽂혀 있어 이미 거북이 한 마리와 학 한 마리는 죽었다는 것이다. 옛날에 만들어진 도자기나 그릇은 애지중지 아끼면서 그 보다 훨씬 오래전에 자연에 의해서 만들어져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어려운 자연과 산의 형상은 보존할 줄 모르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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