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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평론

인종의 승하와 조선기인의 고뇌

현도학회 2005.01.19 13:38 조회 수 : 2871

인종(仁宗)은 1515년 중종10년에 태어나 1545년 인종1년에 3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조선의 성군이었다. 중종의 맏아들로 어머니는 영돈녕부사 윤여필(尹汝弼)의 딸 장경왕후(章敬王后)이며 비는 첨지중추부사 박용(朴墉)의 딸 인성왕후(仁聖王后)이다. 그의 어머니인 장경왕후 윤씨가 인종을 낳고 6일 만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인종은 거의 문정왕후의 손에서 길러졌다. 그러나 문정왕후가 인종을 무척이나 싫어하여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어머니에 대한 효성을 다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정왕화와의 갈등이 어떠했는지는 인종이 자신의 방 병풍 뒤에 써 놓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이라는 글귀가 가히 짐작하게 한다.

조선의 역대 왕들 중에서 8개월이라는 가장 짧은 재위 기간에도 불구하고 인종은 지극한 효성과 너그러운 성품, 비상한 예지와 경륜을 품고 있던 성군(聖君)으로 일컬어진다. 또한 인종은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뛰어나서 왕위에 오르기 전 세자일 때부터 이미 그의 방 병풍 뒤에,

영의정(領議政) 피장(皮匠)
좌의정(左議政) 서경덕(徐敬德)
우의정(右議政) 정염(鄭磏)

이라고 써놓고 항상 이것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피장(갖바치)은 성밖에서 가죽신을 만들어 팔던 천민출신의 사람었는데, 그의 직업이 그대로 이름으로 알려진 것이다. 말년에는 불문(佛門)에 들어 안성의 칠장사에 기거했던 병해대사로 전해지고 있는 인물이며,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가 그의 인격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천거하였다. 화담(花潭) 서경덕과 북창(北窓) 정염은 도학(道學)에 매우 밝았던 인물로 많은 기이한 일화를 남긴 당대의 대학자이자 기인(奇人)들로, 이들의 행동과 말은 성인의 가르침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었다고 한다.

화담(1489~1546)은 관직에는 나아가지 않았고 주로 산중에 은거하면서 문인을 양성하였으며, 주기론(主氣論)의 선구자로서 원리설(原理說), 이기설(理氣說), 태허설(太虛說), 귀신사생론(鬼神死生論) 등의 저술을 남겼으며, 황진이(黃眞伊)․박연폭포(朴淵瀑布)와 함께 송도3절(松都3絶)로도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북창(1506~1549)은 선가(仙家)에서는 용호비결(龍虎秘訣)이라는 저술을 남긴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중종25년 1530년에 사마시에 합격하여 관직에도 진출하였다. 유불선(儒佛仙)에 모두 정통하였고 음률(音律), 천문(天文), 의학(醫學), 어학(語學)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이들의 능력은 가히 신기(神機)에 가까웠으며, 세상의 이치를 훤히 꿰뚫고 있던 인물들이다.

인종은 이 세 사람을 일찍이 지목해 놓고 왕위에 올라 이들을 기용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으나, 문정왕후와의 불화로 인종이 즉위한지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자 이러한 꿈은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옛말에 사위지기사자(士爲知己者死)라 하여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였다. 인종이 세상을 떠나자 자신들의 기량을 알아주고 펼칠 수 있게 해줄 주군을 잃은 이들은 모두 조용히 세상을 등져갔던 것으로 여겨진다.

백정이었던 피장은 알기가 어려우나 화담은 인종이 승하한지 1년 뒤에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북창은 인종이 승하하자 관직을 버리고 산중으로 들어가 하루에 1000잔 술을 마시며 세월을 보내다 4년 뒤 44세의 나이로 앉은 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야사에는 북창이 그의 남은 수명 30년을 자신은 더 이상 오래 살고 싶지 않다 하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에게 주고 일찍이 생을 마감했다고 전한다. 일반적으로는 북창이 하루에 술을 1000잔을 마실 정도로 좋아하고 즐겼다고 전해지나, 행실이 성인의 법도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던 그가 하루에 1000잔이나 되는 술을 마시며 세월을 보내다 생을 마감한 것은 그의 고뇌에 찬 마음을 잊기 위해 술을 방편으로 삼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이들이 어찌 그의 고뇌를 알았겠는가.

예로부터 훌륭한 장수가 세상에 태어나면 명마(名馬)가 동시에 세상에 나온다고 한다. 전장(戰場)에서는 주인을 따라 용맹(勇猛)을 과시하던 명마도 장수가 죽으면 결국 따라서 죽었다는 일화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임금도 마찬가지로 성군이 세상에 태어나면 이를 보필할 훌륭한 신하가 동시에 나오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주군을 잃은 신하는 세상에서의 목적을 잃고 조용히 떠나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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