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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평론

절제(節制)의 미덕

현도학회 2004.12.16 10:39 조회 수 : 2455

절제(節制)의 미덕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자신이 부정한 일이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을 때는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고 삼가는 것을 미덕(美德)으로 삼았다. 그래서 집안에 상(喪)을 당하여 상주(喪主)가 되었거나 소송(訴訟), 파산(破産), 이혼(離婚) 등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을 때는 혼례나 아기의 출생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에는 스스로 발길을 삼가하고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여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자신이 상주(喪主)가 되었든 소송이나 이혼, 파산 등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든 자신의 처지나 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나서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처지나 상황을 돌아볼 줄 모르는 몰지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부정탄다고 하는 것을 단순히 미신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이들이 함부로 나서는 곳에서는 좋지 않은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하고 경계하였던 것이다. 사람이 불미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상황과 처지가 불미스러움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제사를 모시거나 혼례를 준비할 때는 특별히 조신하고 주의 하였으며, 아기의 출생과 같은 일에는 금줄을 쳐놓고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이들이 출입하거나 접촉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경계하며 서로 조심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특히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먼 길을 떠나거나 수행자가 수행의 길을 떠날 때는 더욱 조심하고 주의를 해야 한다. 수행자 자신도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시집가는 여인네처럼 조신하고 주의해야 한다. 가급적 외부와의 불필요한 연락이나 접촉을 차단하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행동을 절제해야 한다. 또한 상주나 상가집을 보아서도 안 되고 불미스러운 일들과는 접촉을 삼가야 한다. 다른 이들과 접촉하여 심기가 불편해지면 이 또한 가는 길이 불편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여기고 더욱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남의 일을 할 때 몸에 땀이 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땀 나지 않게 일하는 사람 즉, 게으름과 요령을 피우는 것이 몸에 익은 이들은 특히 멀리하고 경계해야 한다. 무릇 수행은 정진하고 또 정진하여 하늘의 인정을 받아 도(道)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수행자는 이런 이들은 가까이 하지 않도록 주의 해야만 한다.

날을 잡아 떠나는 날에도 가는 길에 까마귀가 앉아서 울거나, 울면서 날아갈 때는 불길한 것을 예감하고 다시 길한 날을 잡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하며, 가는 길에 상여나 상(喪)을 당한 이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을 때도 다시 날을 잡고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그 주변의 사람들도 먼 길을 떠난다거나 수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는 각별히 조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자신이 연락을 해도 괜찮은 것인지, 접촉을 해도 괜찮은지 스스로 자신의 처지나 상황을 잘 살펴보고 판단하여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만은 괜찮을 것이라는 오만은 버리고 서로 주의하고 조심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미덕(美德)이 아닌가 여겨진다.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결혼이나 이사, 직장으로의 첫 출근 등 새로운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까마귀가 운다거나 불길함을 보았을 때는 각별히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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