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의 시작과 증상
단전으로 숨이 내려가며 폐기(閉炁)가 되기 시작하면, 초기에는 횡경막이 뚫리는 듯하면서 배꼽아래의 단전으로 구분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한순간에 ‘쑥’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때부터 조식을 계속하다보면 단전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겪기도 하는데, 이것을 자통(刺痛)이라고 한다. 그 다음에는 가슴에서 단전에 이르기까지 큰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과 같이‘우루루루’하고 소리가 난다. 마치 천둥이 친후에 들리는 여운의 소리와 같은데, 이와 같은 소리를 아직 듣지 못했다면 아직까지 단전으로 기운이 내려가지 않는 것으로 여겨도 좋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폐기(閉炁)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반가운 징후이다. 이제 단전으로 숨길이 열려 숨이 내려가는 것이며, 전송지가 완전히 뚫린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면 단전에 기가 모이는 터전이 형성되고, 기가 쌓이기 시작한다. 단전이 꽉 차며 풍선처럼 부풀고, 단전으로 숨을 쉬는 것을 수행자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주의할 것은 단전이 찢어지는 듯한 심한 통증이 있을 때, 아프다고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말고 최대한 참고 오래 버티며 조식(調息)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좀더 긴 조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단전에 터를 넓게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4~5회 이상 호흡을 하기가 힘들고, 더 이상 할 수도 없다. 필자의 경우에는 세 번에 걸쳐서 단전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런 느낌이 있은 후에는 가슴에서 단전으로 숨길이 열리고, 단전으로 기운이 내려가는 것을 수행자 스스로가 알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는 호흡을 하면 흉부는 움직이지 않고 단전 부위만 부풀었다 꺼졌다 하면서 본격적인 폐기(閉氣)가 시작된다. 이때에 행주좌와(行住座臥:다닐 때나, 머무를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있을 때나 폐기를 함) 언제나 조식(調息)을 하는 습관을 길들이면 음식을 먹을 때와 대화하는 때 외에는 언제나 입만 다물면 조식(폐기)을 할 수 있게 된다.
단전으로 숨이 내려가는 것은 조식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걷기 위해 처음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걸을 수 없듯이, 단전으로 숨이 내려가지 않으면 조식수행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폐기의 시작과 증상(1)’에서 단전으로 숨이 내려가기 시작할 때의 증상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지만,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수행을 목적으로 자리에 앉아서 시간만 보낸다고 하여 수행이 진전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만큼 인내(忍耐)와 근기(根炁)는 어느 정도 늘어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조식수행에 있어서 단전으로 숨이 내려가지 않으면 단전에 기운이 쌓이지 않기 때문에, 수행으로서의 공효(功效)는 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식수행에서 걸음마의 시작은 바로 단전으로 숨이 내려가는 것이다.
단전이 열려 숨이 내려가서 폐기가 되기 시작할 때는 반드시 두 가지 증상 중의 하나는 경험하게 된다. 단전이 열리는 자통(刺痛)을 경험하거나, 단전으로 기운이 내려가며 ‘우루루루’ 하는 천둥이 친후에 들리는 여운의 소리 같은 것이 들리게 된다.
자통은 단전이 열릴 때 나타나는 통증으로, 경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자통을 겪지 않는 사람은 아직까지 단전이 닫히지 않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단전이 열리려면 반드시 자통을 경험하게 된다.
사람이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는 탯줄을 통해 단전으로 호흡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6~7세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단전이 닫히게 되는데, 드물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닫히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나이가 들면 닫히게 된다. 그렇다면 극히 일부(단전이 닫히지 않은 사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이 단전이 다시 열리려면 자통(刺痛)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단전이 열린 후에 기운이 내려가는 소리, 즉 ‘우루루루’ 하는 소리는 조식(調息)으로 폐기(閉炁)가 되기 시작하면 자통을 겪은 사람은 물론, 단전이 닫히지 않아 자통을 겪지 않은 사람도 반드시 경험하는 것이다. 수행을 할 때는 언제나 그 소리를 듣게 되며, 조식이 순조롭게 잘 되어 마음이 고요해지면 더욱 크게 들리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이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거북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것은 단전으로 기운이 막힘없이 잘 내려가고 있다는 증거로 반가운 증상이다.
이 소리는 단전이 열리고 조식(調息)으로 폐기(閉炁)가 되어 호흡의 길이가 대략 20~30초 정도가 되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전으로 기운이 내려가는 길이 작은 관처럼 느껴지다가, 조식이 발전할수록 점점 넓어지게 된다. 나중에는 몸 전체가 텅 빈 듯 하며 하나의 관처럼 되어 기운이 내려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통(刺痛)과 기운이 내려가는 소리 중 하나도 경험하지 못했다면 아직 단전으로 숨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숨이 단전으로 내려가지 않으므로 폐기(閉炁:기운이 쌓임)도 없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다.
호흡에 따라 아랫배를 수축팽창하며 호흡이 고르게 된다고 하여 숨이 단전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중 하나도 경험하지 못했다면 아직까지 단전의 문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여겨도 좋으며, 이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복식호흡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수행의 발전은 이루지 못하고 호흡의 길이만을 늘려가며 세월을 보내는 이들이 많이 있다. 아까운 청춘과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초학자(初學者)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신의 수행법을 되돌아서 반성해 보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수행에 입문하는 초학자는 우선 단전의 문을 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처음 수행을 시작할 때부터 호흡에 신심(身心)을 다하여 정성을 들여야 한다. 단전도 열리지 않은 채로 호흡의 길이를 늘리는 것에 욕심부터 생겨 수행을 그르치지 말고 단전이 열릴 때까지 초학자의 마음을 잊지 말고 누워서, 서서, 걸으면서, 앉아서 등 언제나 호흡에서 마음을 놓지 말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두 달을 해서 안 된다면 자신의 정성이 부족했다고 여기고 한층 더 열심히 정진하면 반드시 누구에게나 단전은 열리게 된다.
지금까지 말한 폐기의 증상을 하나도 경험하지 못했으면서 다음 장에 나오는 소주천(小周天)을 마쳤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이것은 소주천이 돌고 있다고 스스로의 마음이 만들어낸 착각에 의해서 느껴지는 느낌을 실제의 소주천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상상임신(想像姙娠)이라는 것이 있듯이, 이러한 것을 상상소주천(想像小周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