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 권태훈 옹이 생전에 36성 72현의 출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들은 바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근래에는 봉우 권태훈 옹을 추종하는 몇몇 집단에서 스스로 36성을 자처하거나 다른 사람 누가 36성이라고 지칭하기도 하고 오래지 않아 36성이 회합을 가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고도 합니다. 혹자는 자신이 36성이 이미 다 정해져서 그 안에는 못 들어가니 72현에는 들어간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예전에 봉우 권태훈 옹을 추종하던 이의 말에 의하면 봉우 권태훈 옹이 작고했을 때 그래도 자신이 존경하던 분이라 장례식 때 상여라도 메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여를 메려고 했는데, 다른 이들의 제지로 메지 못했다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유인즉 그때 장례식 때 상여를 멘 사람이 36성이라고 하여 다른 누가 상여를 메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나가던 개가 웃다가 방귀 뀔 일입니다.
성현[성인과 현인]이라는 칭호는 후대의 사람이 특정 인물의 행적과 삶을 보고 우러러 본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때 붙이는 칭호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성현을 자처하고 서로 지칭하며 36성인이 이미 정해진 것도 어이없는 일이고 명 수가 정해져서 더 이상 성인이 나올 수 없는 것도 엽기적인 일입니다. 성현을 말하기 전에 비뚤어진 성정부터 바로잡아야 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성현이라는 칭호를 더럽히는 오만불손한 자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봉우 권태훈 옹이 말한 36성과 72현이 무엇을 두고 한 말인지는 개인적으로 한 말이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인지(?) 수호지라는 책에 보면 양산박에 모였던 도적무리 108두령이 나오는데, 이들은 각각 별명을 가지고 있어서 36천강성과 72지신살로 나뉩니다. 자세한 것은 ‘수호지’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봉우 권태훈 옹의 108성현은 수호지의 36천강성과 72지신살을 인용해서 이것을 36성 72현으로 각색하여 훗날 봉우 권태훈 옹의 뜻을 기리고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옹호할 108명의 전사를 기르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훗날 우리민족의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수행으로 머리를 밝혀나간다면 많은 인재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 뛰어난 이들은 생전에 많은 훌륭한 공적을 쌓고 죽은 후에 성현의 칭호를 받을 만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108성현이 아니라 더 많은 훌륭한 인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노란 싹들이 서로가 서로를 성인, 현인이라 지칭하며 성현놀이 하는 것에 재미가 들려 다른 이들까지 우롱하고 있는데 성현이 될 리 만무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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