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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평론

見蚊拔劍(견문발검)

현도학회 2005.08.20 12:04 조회 수 : 2396


見蚊拔劍(견문발검) - 모기 잡으려고 칼을 빼든다.

2005년 8월19일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보안과 기밀이 최고의 생명인, 사설정보기관도 아닌,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압수수색을 받으며 발가벗겨졌다는 것은 이유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며, 국가적으로도 수치이자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옛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다.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여겨진다. 물론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불법도청 의혹과 관련하여 국정원장이 압수수색을 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러한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많은 기능 중에서 일부분이 잘못 운용되었다고 해서 국정원장이 압수수색을 용인하고 검찰이 행했다는 것은 국가최고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포기하고 기능을 무기력화 시키겠다는 의지로 밖에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물론 국가의 정보기관이 국익이 아닌 특정 정치인이나 단체를 위해서 활용되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가 바로 국력으로 직결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속살을 들어낸 것은 현재의 국정운영체계의 문제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을 비롯하여 국방부와 같은 기관은 국익을 위해서는 암묵적으로 불법이 묵인될 수도 있어야 하는 기관이다. 기밀정보를 평범한 방법으로 얻어낼 수 있으면 이미 그것은 기밀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비밀스런 방법과 수단으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은 정보기관의 생명과 직결된다. 그런데 지금 불법 도감청장비의 존재여부를 운운하며까지 정치적으로 문제를 삼으려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최고의 정보기관이라며 당연히 모든 통신시스템을 감청할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문제 이전에 국가의 안보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에셀론이라는 세계 최대․최고의 도감청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전세계 휴대전화는 물론 통신망의 70~80%를 감청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이것을 문제 삼아 그들의 핵심 국가정보기관인 NSA를 압수수색하거나 수사를 벌인 적은 없으며, 다른 국가들도 이것을 문제 삼지는 못하고 있다. 국가의 존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통신망의 감청이며, 이러한 정보력은 바로 국가의 안보는 물론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암묵적으로 묵인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건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국가의 정보기관이 국익을 위한 목적이 아닌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의 목적을 위해 활용되었다는 것은 분명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배후 정치인도 철저하게 가려내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서 처벌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의 기능의 일부가 잘못 운용되어 벌어진 것을 마치 국정원의 기능 전체가 문제시 되는 것처럼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국익을 위한 정보력을 포기하고 정치적인 목적을 내세우겠다는 의지로 밖에는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번 국정원장의 태도는 국가적으로 자신이 맡은 책무를 망각하고 정치적으로 편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국가최고 정보기관의 책임자라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의 특성상 압수수색을 받을 수 없다고 단호히 거부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압수수색이 순순히 아무런 제약 없이 이루어지고 국가최고 정보기관의 문건이 검찰에 의해 외부로 무수히 유출된 것은 국정원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국가 최고의 기밀정보기관이 총성 한번 없이 무장해제를 당한 꼴이니 한심한 일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국가의 안보가 없으면 국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망각한 데서 비롯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기관에 외부인이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고 해도 당연히 저지했어야 당연한 것이다. 계속하여 진입을 강행한다면 응당 사살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법치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 국가의 안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군부대 내에서의 의문사 문제가 무수한 의혹을 낳으며 불거졌지만 군부대를 압수수색하지 못한 것은 국익이 우선시되고 군대의 목적상 보안이 최고의 생명이기 때문이었다. 국정원도 이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정보력이 국가의 생명을 좌우하는 현대사회에서 국정원은 군대의 존재만큼이나 국가적으로 중대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인해 국정원의 기능이 축소되거나 자칫 위정자들에 의해 국정원의 해체론이 부상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언론에서도 연일 톱기사로 다루며 국정원의 문제성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심지어 여론조사를 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정보기관의 존재는 국민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는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 법치와 국민의 사생활 이전에 국가의 안보가 있으며, 정보는 바로 국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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