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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평론

봉우 권태훈 옹의 소주천과 현빈일규

현도학회 2005.04.28 10:30 조회 수 : 5474


봉우 권태훈 옹은 생전에 강의시에 단전을 현빈이라고 했으며 단전에서 기운이 좌협으로 가는 것을 현빈일규라고 공공연히 언급하곤 했다. 이러한 봉우의 ‘현빈’과 ‘현빈일규’에 대한 언급은 북창 선생의 용호비결에서 연유한 것이다.

용호비결(龍虎秘訣)에는

念念以爲常(념념이위상)  至於工夫稍熟(지어공부초숙)

“항상 마음에서 놓지 않고 수행하여 공부가 점차 성숙되어 ”  

得其所謂玄牝一竅(득기소위현빈일규) 百竅皆通矣(백규개통의)

“이른바 ‘현빈일규’를 얻게 되면 모든 구멍(통로)이 열려 통하게 된다.”

【胎息於竅中(태식어규중) 得此一竅則修仙之道者也(득차일규즉수선지도자야)】

“태아는 구멍의 가운데에서 숨을 쉬는 것이니, 이 일규를 얻은즉 선가의 도를 수행하는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봉우 권태훈 옹의 저술인 봉우수단기(鳳宇修丹記)에서는

“현빈일규(玄牝一竅): 현빈(玄牝)은 단전(丹田)의 다른 이름으로 곧 단전에 한 구멍이 난다는 뜻

백규개통(百竅皆通): 현빈일규 이후에 수련에 정진하여 많은 진전이 있게 되면 기를 몸의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보낼 수 있다는 의미” 로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용호비결의 得其所謂玄牝一竅(득기소위현빈일규) 百竅皆通矣(백규개통의)는 현빈일규를 얻은 이후에 수련에 정진하여 기운을 마음대로 수동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빈일규를 이루게 됨과 동시에 모든 구멍이 통하게 되어진다는 능동적인 의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백규는 기운이 통할 수 있는 모든 구멍을 뜻함과 동시에 세상의 이치를 뜻하는 것이다. 수행으로 가보지 못한 채 현빈일규 백규개통을 소주천에 맞추려고 하다보니 이러한 억측의 해석이 나오고 백규라는 것을 기운을 보낼 수 있는 통로로 한정지어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빈은 단전이 아니라 백회이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胎息於竅中(태식어규중) 得此一竅則修仙之道者也(득차일규즉수선지도자야)】라는 문장으로도 현빈일규가 단전에서 좌협으로 기운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장에서 '규중(竅中)은 바로 위 문장의 현빈일규를 이룬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빈일규를 이룬 상태에서 '태아가 숨을 쉰다'라고 하는 것은 '태아가 숨을 쉬는 것처럼 호흡을 하게 된다'는 뜻으로 즉 '태식에 능해지게 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운이 좌협으로 이동하면 태식에 능해지는가?

태식에 능해지는 것은 대주천의 진행중에 백회가 열리고 하늘의 삼태극과 통하게 되는 현빈일규를 이루게 되는 때이다. 이때 하늘이 기운이 몸안으로 들어오면서 인체의 모든 경락이 통하게 됨과 동시에 황홀함을 경험하게 되고 천지와 내가 하나가 되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백규개통이라고 한 것이다.

용호비결의 현빈일규에 대한 내용이 이처럼 해석될 수 있음에도 단전을 현빈이라고 하고 현빈일규에 대하여 전혀 판이한 해석을 하며 소주천에 끼워 맞추고자 한 것은 봉우 자신이 소주천은 물론 대주천의 과정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그런 우(愚)를 범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북창 선생도 용호비결을 통하여 비교적 쉽게 조식법을 설명하여 세상에 내놓았지만, 수행을 통하여 가보지 않은 자들이 함부로 입에 담을 것을 염려하여 현빈일규와 같이 조식수행의 중요 단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하고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봉우가 소주천도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 결정적인 근거는 그가 생전에 강의를 하면서 종종 자신은 조식이 3분일 때 소주천을 한번에 돌렸다고 언급한 것이다. 당시에 조식법에 대하여 처음 접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다 조식이 3분이나 된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봉우 또한 조식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여기고 이러한 언급을 했겠지만, 소주천은 절대로 한번에 돌아가는 법은 없다. 조식이 30초이든 1분이든 5분이든 소주천이 돌아갈 때는 좌협으로 기운이 가게 되면, 반드시 다지기를 거쳐 성숙되면 다시 명치로 진행하고 또 다지기를 거쳐 성숙되면 우협으로 이동하고 다시 다지기를 거쳐 기운이 성숙되면 하단전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것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조식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그 기간이 단축은 될 수 있어도 결코 소주천이 한번에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즉 봉우가 자신을 높이기 위해 했던 것으로 여겨지는 언급이 결국에는 소주천 조차도 완성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이 소주천의 진행이 없었던 이들에게는 어불성설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소주천을 완성한 사람이라면 소주천이 한번에 돌아갔다고 하는 봉우의 언급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가서 본 자와 보지 못한 자의 차이이다.


그런데 대주천은 물론 소주천도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의 저술인 봉우수단기에 기록되어 있는 조식법의 요약인 연정16법을 봉우 자신이 지었다고 한 것은 과연 진실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현빈일규를 이루게 되면 그와 동시에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현상을 보는 순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스스로 알게 된다. 그렇지 않고 삼태극을 보았다고 하는 이가 있다면 모두 거짓이라고 여기면 될 것이다. 또한 소주천이나 대주천을 한번에 돌렸다거나 하루 저녁에 완성했다고 하는 이가 있다면 모두 거짓이며 입으로 도 닦는 구두선자라 여기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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