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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평론

원효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현도학회 2002.03.29 08:29 조회 수 : 8104

1. 설화에 대한 의문

원효(元曉)대사가 깜깜한 밤에 물을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바가지에 들어 있던 줄 알고 마신 물이 해골(骸骨)에 들어 있던 물임을 알고 토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임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이 설화에서 두 가지 의문이 있다.


2. 원효는 정말 해골의 물을 마셨을까?

원효는 삼국시대 이래 최고(最高)의 대덕(大德)고승(高僧)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어머니가 그를 잉태할 때 유성이 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으며 낳을 때에는 오색의 구름이 땅을 덮었다고 한다.

지금도 설악산에는 천길 낭떠러지에 원효가 수도하던 동굴이 있다. 그 옛날 원효는 이 곳을 도대체 어떻게 올라갔을까?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일로 여기고 있다.

생각해 보면 원효가 낭떠러지에 있는 그 동굴을 오르내린 일이 불가사의하지 않고 오히려 해골의 물을 마신 일이 불가사의하다.

무슨 뜻인가 하면 원효는 산차(山借-축지의 일종)를 성공해서 그 높은 동굴을 오르내렸으리라 짐작된다. 이렇듯 귀신을 자유자재로 부리던 고승대덕(高僧大德)이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서 해골인지 바가지인지를 구분 못했다는 것은 다소 어색한 감이 있다. 일체유심조를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설화같은 느낌이 든다.


3.'세상 만사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해석

해골을 바가지로 생각하고 살고 판자집을 호화 빌라라고 마음먹고 착각 속에 살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골은 해골이고 바가지는 바가지이다. 기껏 착각이나 하면서 살자고 어렵게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면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다'이다 라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 매사를 편한 대로 생각하게 되면…. 도둑은 도둑대로, 강도는 강도대로, 선비는 선비대로 모두 자기 편리한 대로 생각하고 살게 되면 세상은 어찌 될까...

일체유심조를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아전인수(我田引水)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물론 원효는 이런 뜻으로 일체유심조를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4. 일체유심조의 분석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서 '심(心)'은 반야심경의 공(空)이다.
법(法)은 무한히 공(空)하므로 그 작용 또한 무한하다.
무한한 작용이 곧 '조'(造一切)이다.

원효는
"마음을 비워야 법(法)을 깨우칠 수 있으며 모든 것은 공(空)의 작용이다"
라는 말을 위와 같이 하였다.

도(道)가 지극히 허(虛)하므로 그 묘용(妙用) 또한 무한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비워야 담을 수 있다. 크게 비울수록 큰 것을 담을 수 있다.
법(法)과 도(道)가 무한히 공(空)하고 허(虛)하기 때문에 우주의 만유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배(舟)를 비우면 몇 사람을 실을 수 있지만 마음을 비우면 천하를 담을 수가 있다.


5. 또 다른 설화

원효가 현장을 만나러 당나라에 가기 위해 당항성(黨項城)으로 가는 도중 비오는 밤길인지라 어느 땅막(土龕)에서 자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깨어보니 땅막이 아닌 오래된 무덤임을 알았다. 비가 계속 내려 하룻밤을 더 지내다가 귀신의 동티(動土-마장魔障)를 만나 심법(心法)을 크게 깨치고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니 땅막과 무덤이 둘이 아님을 알았다"

라고 하였다. 또한 그는

"또 무엇을 구하고 어디에 가서 무엇을 배운단 말인가.
신라에 없는 진리가 당에는 있으며 당에 있는 진리가 신라에는 없겠는가"

하여 더 이상 유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곧바로 되돌아와 이후 저술과 대중교화에 몰두했다고 한다.

원효의 일체유심조를 설명하기 위하여 해골과 바가지의 설화를 인용하는 것은 다소 부족한 감이 있는 것 같다. 차라리 땅막의 일화로 설명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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